| 데이터로 읽는 대학25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⑦ 교육부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다섯 번째 주제 ‘대학 자율화와 교육부’의 마지막 일곱 번째 소주제는 ‘교육부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이다. 지난 6회에 걸쳐 대학 자율화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대학재정 지원현황, 그리고 교육부와 대학, 산하 유관기관과의 관계에 대한 거버넌스 등을 살펴보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는 고등교육법 및 시행령, 사립학교법,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고등교육과 관련한 각종 법령과 규제를 개선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라이즈 체계와 글로컬대학30 사업, 교육발전특구 등 이전과 달리 중앙정부의 탑-다운 방식의 고등교육정책을 지양하고,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중심이 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소주제는 고등교육의 80%를 사립대학에 의존하면서도 국·공립대학과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는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의 혁신 방향을 다룬다. 대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교육부 정책집행, 상명하달식 불통 개선을
22대 총선이 끝났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범야권이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여당은 참패했다. 총선에서 여야 양당이 발표한 공식적인 교육정책은 없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의정 갈등이 정책 이슈가 됐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예산에서 삭감한 국가 R&D 예산에 대한 비판과 이를 의식한 국가 R&D 예산 복원이 양당의 정책으로 발표됐다. 정부와 여당의 총선 참패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의 소통 부재와 일방적 추진으로 인한 불통 문제다.
고등교육 관점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곱씹어 봐야 한다. 교육부의 고등교육 추진방식은 대학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규제와 지시일변도의 정책 집행으로 고집스러운 불통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나 무전공 모집, 대학 등록금 동결과 같은 상명하달식 대학정책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산업의 수요와 디지털 시대는 이미 교육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이며 자기주도적인 다양한 개인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사회는 융복합적인 지식 습득을 요구하고, 시장수요에 맞는 인재를 육성해 줄 것을 대학에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교육 수준과 인재 공급의 부족으로 삼성·네이버·포스코·KT 등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ICT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프로그램 수준은 이미 대학교육을 압도하고 있으며,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기업의 요구 수준에 맞추면서도 기업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도 미래지향적이며, 대학 스스로 혁신을 바탕으로 학사운영이 이뤄지도록 해야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대학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통제와 계획을 따라서는 사회의 급격하고 혁신적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사진=교수신문DB
사후평가 통해 계속 지원 여부 따져야
교육부가 라이즈 체계 구축과 글로컬대학30 사업을 도입하고 중앙에서 지역으로 고등교육정책 추진체계를 이전해 지역이 중심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모양새는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방향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추진 주체가 변경된 옥상옥이 되고, 지역대학은 지자체로부터 사업비를 받기 위한 몸부림과 경쟁만 강요하지 대학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지원의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야 하는 지역 내 대학 간 경쟁은 다양한 설립 특성과 학과 구성을 지닌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기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지역에서 대학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의 자율성을 전제로 개별 대학의 발전계획에 따른 지원방식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사전경쟁을 거쳐 선정된 대학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사업계획서의 적절성을 평가해 재정을 지원하고, 사후평가를 통해 사업의 계속 지원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국립·사립 역할 분담에 따른 재정지원을
또한, 현행과 같은 설립별 구분 없는 경쟁에 의한 지원보다는 설립별 역할 분담에 따른 재정지원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국립대학육성사업처럼 사립대학육성사업을 별도의 트랙으로 만들어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국립대 간, 사립대 간에 경쟁을 통한 재정지원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지금껏 추진된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국립대학에 편향된 선정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시스템에 대한 사립대학의 불만을 야기시켰다. 이미 라이즈 체계도 거점 국립대 중심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1기 글로컬대학 10개 선정 시에도 국립대 위주의 선발이라는 사립대의 불만과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1기 글로컬대학에는 총 94건 108교가 신청했다. 그 중 사립 일반대는 신청가능대학 66교 중 64교(97.0%)가 신청했으나, 예비 선정에는 64교 중 7개교(10.9%), 본지정에는 최종 3교(4.7%)가 선정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국립대는 신청가능대학 31교 중 25교(80.6%)가 신청했으며, 예비 선정에는 25교 중 11교(44.0%), 본지정에는 10교(40.0%)가 선정돼, 사립대의 반발을 가져왔고, 과정 및 절차 대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중소도시 지역대학 지원 방안 마련 필요
2024년 2기 글로컬대학 사업에도 총 65건 109교가 신청했다. 국립대 21교 중 13교(61.9%), 사립대는 63교 중 55교(87.3%)가 신청했다. 2023년 본지정시 미지정된 단독 5개교와 15건(28개교)을 포함해 총 20건(33개교)을 예비 지정해 선정률은 30.3%였다. 예비 지정 결과를 분석해 보면, 단독 11개교, 연합 6건 14개교, 통합 3건 8개교이며, 설립별로는 국립대 7개교, 사립대 16개교, 전문대 10개 등이 예비 지정에 선정됐다.
올해에도 설립별 예비 지정 선정율을 보면, 국·공립대가 신청대학의 52.9%, 사립대가 26.1%로 사립대의 선정율이 낮다. 1·2기 글로컬대학 신청대학을 보면, 많은 사립대의 구성원들이 몇 달에 걸쳐 올인하다시피 작업한 준비 과정에 비해서는 선정 비율이 낮아 매우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라고 할 수 있다. 본지정은 차치하고 예비 지정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탈락대학에 대한 낙인효과로 인해 대학 이미지가 나빠져 학생 유치와 사업 유치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그러므로 글로컬대학30 선정에서 탈락한 중소도시의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재정악화로 인한 지역대학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상황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획일적 인재 양성, 초일류 대학 탄생은 어렵다
대학은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교육제도와 내용을 바꾸면서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변화하는 교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들은 다양한 학사제도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학기술·산업·사회의 필요에 맞춰 대학의 역할·교육과정·학위 제도 등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다.
당면한 대학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해 대학이 지역을 살리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전제돼야 하며, 자기주도적인 대학혁신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 개선과 안정적인 재정확보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16년간 이어지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은 대학의 재정 악화를 가져왔으며, 결과적으로 한국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할 재정 역량이 약해지면서 글로벌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THE· QS·상하이 자오퉁대·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 등의 대학평가에서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수년간 뒷걸음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한국 대학의 글로벌 대학 순위는 세계 100위권에 한참 못미친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중국·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권 대학의 눈부신 약진을 목격했다. 이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왔는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를 선도해나가는 초일류 기업은 있어도 초일류 대학은 없다. 세계를 이끌어갈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초일류 대학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으로는 초일류 대학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다. 사회 각 분야에서 전 세계를 이끌어갈 미래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10여 개의 초일류 대학 양성과 함께 지역의 중소도시를 지탱해 줄 다양한 지역대학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의 통제, 변화 속도 못 따라간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대학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정부의 통제와 계획을 따라서는 사회의 급격하고 혁신적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대학의 변화 속도도 지금보다도 몇 배는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이제 등록금·기부금·발전기금에 대한 정부의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먼저 혁신적이고 선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1년 예산은 10조 원이고, 중국 베이징대 1년 예산은 4조 원이다. 그리고 MIT는 2018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 원)를 투자해 AI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 단과대학을 설립했다. 한국 대학이 이들 대학과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이러한 투자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고, 국가의 미래를 담보해 주는 것인데, 우리 대학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출처 : 교수신문(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18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