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세 번째 주제인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의 마지막 다섯 번째 소주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고등교육 거버넌스’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아젠다로 제시했다. 중앙정부-지자체 간 협약으로 지역인재 육성과 지역산업수요 맞춤형 교육, 지역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이 사업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문제를 해결하며, 지방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의 골자는 2023~2024년 7개 내외 지자체(대구·경북·경남·부산·전남·전북·충북)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운영하고, 2025년에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시행한다는 것이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7개 지역은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으로 규제특례를 적용하고, 지역주도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할 예정이다.
기존의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중 RIS(지역혁신), LINC 3.0(산학협력), LiFE(대학평생교육), HiVE(전문직업교육), 지방대활성화 사업은 2023~2024년에는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강화하고, 2025년부터는 라이즈(RISE)로 통합해 운영한다.
2025년부터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주도로 전환해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7개 시범지역에 교육부 과장급 이상의 실무를 담당했던 교육개혁지원관이 파견·임용됐다.
라이즈는 지역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 대폭적인 규제 완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재정 투자를 추진한다. 2024년 교육부 예산안을 분석해 보면, 2025년 라이즈 전면시행을 대비해 기존의 5개 정책사업인 RIS(3,420억원), LINC(4,070억원), LiFE(510억원), HiVE(900억원), 지방대활성화(3,125억원)을 하나의 사업으로 통합해 1조2천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아젠다로 제시하고, 라이즈와 글로컬대학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지방대 시대’ 이끄는 라이즈·글로컬대학
또한, 혁신적 변화를 추진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대학구조를 전면 혁신할 의지와 지역 성장을 견인할 역량을 갖춘 지역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해 육성한다. 글로컬대학이란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해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내 다른 대학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특화 분야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2023년 10개 내외로 시작해 2027년까지 비수도권 모든 지역에 총 30개 내외를 지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15개 예비선정 대학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10월 말에 10개 내외 대학을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집중적인 재정 투자와 과감한 규제 특례 등을 부여해 대학의 혁신적 변화의 실행을 지원한다. 교육부가 대학당 5년간 매년 200억 원씩 총 1천억 원을 지원해 지자체와 중앙부처, 산업계가 집중 투자한다. 글로컬대학은 지역의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지역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국가균형발전, 나아가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선정 결과를 분석해 보면, 108개교에서 94개 혁신기획서를 제출했으며, 지원 유형으로는 공동 4개교, 단독 11개교가 예비 선정됐다. 공동형은 전부 국·공립대, 단독형은 국립 4개교, 사립 7개교가 선정됐다.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 사립대학에 비해 지방 국립대학에 편파적으로 선정 비율이 높았다.
이를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설립별 신청 대비 예비 선정대학 비율은 신청대학 대비 17.6%가 예비 선정됐는데, 이중 국립대 44.0%, 사립대 10.9%가 선정됐으며, 신청유형으로는 공동 신청이 총 13건(27교) 중 4건(8교, 30.8%)이 선정됐다. 국·공립대는 제출된 공동 5건 중 4건(8교)이 선정된 반면, 사립대는 8건(17교) 중 한 건도 선정되지 않아서 사립대의 선정비율은 국립대에 비해 매우 적었다.
정부는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한 특성화를 통해 지역과 동반 성장하며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컬 대학을 육성해, 지역 발전과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1년간 200억씩 5년 간 1천억 원의 지원으로 지역에서 글로벌대학을 육성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하는 것이다. 대규모 대학은 이미 매년 예산이 몇 천억 원을 넘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쟁력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교육부에서 파견된 교육개혁지원관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중간다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이미 교육부의 실무과장 출신이 국공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돼 대학 내에서 거버넌스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국립대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교육부 출신의 사무국장 임용을 전면 철회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국립대에 교육부 공무원을 파견하지 못하도록 한 결정을 무시했던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에 공무원 임용을 금지하는 규정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 총장에게 사무국장에 대한 임용권을 완전하게 보장해주는 인사혁신도 추진 중이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자립도와 고등교육 전문성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금만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재정지원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도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다.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은 올해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0.1%다. 재정자립도는 자치단체 재원에서 자체 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지자체의 전체 재원에 대한 자주재원(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율을 말한다. 즉, 지방정부가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나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지자체 총예산 규모가 305조 4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7조 1천억 원(5.9%)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3백조 원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지자체 세입은 지방세 115조 3천억 원(37.7%), 보조금 77조 8천억 원(25.5%), 교부세 63조 4천억 원(20.8%), 세외수입 24조 7천억 원(8.1%), 지방채 2조 9천억 원(0.9%) 등으로 구성됐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별 재정자립도를 보면, 지역간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특별시로 81.2%이며, 다음은 부산 69.7%, 대구 65.7%, 인천 59.6%, 광주 56.6%, 대전 53.2% 울산 52.3% 순으로 대도시지역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에, 7개 광역시를 제외한 10개 시도지역은 전국 평균인 50.1%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는 30%에도 못미치고 있어서 지역별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시군구의 경우에는 재정자립도가 10% 이하로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는 매우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과연 지역재정도 어려운데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지자체의 각종 규정은 초중등교육은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지역간 재정자립도 차이를 고려해 중앙정부에서 이를 보전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지역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교육개혁지원관, 옥상옥이 되지 않으려면
고등교육 거버넌스에서도 지자체의 실무국장이나 교육부에서 7개 지역에 파견한 교육개혁지원관이 대학을 지배해 좌지우지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은 보장받기 어렵다. 오히려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교육개혁지원관은 명칭에서도 드러나는 바와 같이 지원과 조정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빠른 시일내에 지자체별로 대학·지자체·지역기업 등이 참여하는 고등교육위원회를 만들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장에 의해 대학의 운영이 휘둘리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그것이 지역소멸과 지역대학의 소멸을 막고, 지역 특성을 살리는 지역대학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출처 : 라이즈 성공하려면, 독립적인 고등교육위원회 필요하다 - 교수신문 (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