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네 번째 주제 ‘서울대학교를 해부한다’의 두 번째 소주제는 ‘누가 서울대를 가나’이다. 서울대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입학하길 원하는 국내 최고의 대학이다.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전교 1등 학생들도 모두가 진학하기가 어렵다. 재수·삼수를 한다해도 입학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모두가 서울대를 가고자 할까? 서울대를 졸업하면 예상되는 사회적 인식과 대우, 그리고 지명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즉, 승자독식처럼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상류사회에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진행되고 있고, 그곳은 이미 넘사벽이 돼버렸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그리고 지역인재 유출 시대에 어떻게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지, 누가 가는지를 살펴본다.
일반고 49.1%, 특목고 출신은 44.4% 차지
우리나라의 전국 고등학교 수는 2023년 현재 2천379개교이다. 이중 일반고는 69.4%인 1천651개, 특수목적고(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예체육고)가 6.4%인 153개교, 특성화고는 20.6%인 489개교, 자율고(공·사립)는 3.3%인 78개교, 기타 7개교이다.
2023학년도 전국 고등학교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교 특성을 대학알리미를 통해 살펴보면, 수시(59.8%)와 정시(40.2%)로 선발했고, 정원내(93.4%)와 정원외(6.6%)로 선발했다. 최종 등록한 학생수는 3천511명이고, 경쟁률은 5.4:1이었다. 이중 일반고 출신은 49.1%인 1천724명이었다.
우수한 학생들이 우수한 대학과 의대와 같은 최상위 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사다리라 할 수 있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인 과학고(113명), 외국어·국제고(316명), 자사고(604명), 영재학교(335명) 등에서 입학한 학생은 1천368명으로 38.9%이며, 예술·체육고(189명)까지 합치면 44.4%를 차지한다.
합격자 고교 상위 20위는 특목고·자사고·영재고
신입생 유형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정경희 국회의원(국민의힘)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고교 상위 20위는 특목고(과학고·외고·국제고 등)와 자사고·영재고가 차지했으며, 일반고는 단 한 곳도 없었다. 1위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예술계열 특목고인 서울예술고(85명)였고, 2위는 자사고인 용인외대부고(72명), 3·4위는 영재고인 서울과학고(67명)와 경기과학고(53명)였다.
일반고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는 전체 21위인 상문고(24명)에 이어 경기고(22명), 단대사대부고(20명), 낙생고·화성고(19명), 한일고(18명) 순이었다. 전체 합격자 중 상위 30위 이내 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년도 28.8%에서 2022학년도에는 30.8%로 늘어났다.
최근 3년간 입시결과를 종합해 보면, 전체 고등학교 2천379개교 중에서 1.3%에 해당하는 상위 30개교 신입생이 전체 입학생 3천519명 중 29.7%인 1천45명을 배출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경향성이 고착되어 가는 듯하다.
서울 지역 37.1%…중소도시는 31.7%
2023학년도 서울대 신입생의 출신 지역을 대학알리미를 통해 살펴보면, 서울 출신이 37.1%인 1천30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광역시·특별자치시는 17.2%인 605명으로 대도시 출신이 54.3%를 차지하고 있으나 감소하는 추세이다. 중소도시는 31.7%인 1천112명, 읍면은 11.5%인 403명으로 나타났다.
강득구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보도자료도 눈여겨 볼만하다. 최근 4개년(2019~2022) 서울대 및 전국 의대 신입생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신입생의 63.4%, 전국 의대의 45.8%에 달하는 학생이 수도권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수도권 출신은 2019학년도 61.8%. 2020학년도 63.7%, 2021학년도 63.4%, 2022학년도 64.6%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 신입생의 수도권 출신은 수시 전형에서는 58%에서 59.5% 사이인데 반해 정시 전형에서는 78.8%까지 높아져 10명 중 8명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2022학년도의 경우, 정시 전형에서 강남 3구 출신 학생은 수시 전형보다 3배에 가까운 합격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세금으로 ‘우월 계급’ 지원, 공정한가
더 심각한 문제는 2023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 전형 입학생은 674명인데 이 중 수도권 출신이 373명이다. 서울이 169명(25.1%)이었고 경기 182명(27.0%), 인천 22명(3.3%)이었다. 서울대가 전국 인재를 고르게 선발하겠다며 도입한 ‘지역균형 전형’으로 올해 입학한 신입생 중 55.3%가 수도권 고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균형을 위한 제도의 취지와 달리 수도권 집중 현상이 서울대에서도 특히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신입생은 출신 학교뿐 아니라 출신 지역 쏠림현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포함해 특별시·광역시 출신은 절반이 넘는 54.3%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특목고와 서울대가 사다리처럼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특목고·자사고에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고, 이들이 서울대에 입학할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있으며, 특목고·자사고 학생 수가 전체 고등학교 한 학년당 전체 학생의 5% 안팎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고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과 지역의 대도시 출신은 앞으로도 의대 열풍과 함께 서울대 입학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학교 특성과 출신 지역을 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기대와 지원, 거주지역의 사교육 접근성 등으로 사교육 특구지역이 되고, 이로 인해 앞으로 수도권과 지역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위기를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킬 것이며, 그 중심에 서울대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서울대는 이미 국내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받고 있는 선망의 대상이다. 서울대 이외의 국립대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그렇게 사회경제적 지위가 우월한 계급에 지원하는 것이 공정하고 적절한지 묻고 싶다. 이미 사회경제적 지위가 재생산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사회가 심어준 그들의 선민의식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들은 과연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구성원들에게 묻고 싶다.
출처 : 교수신문(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