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사립대학 공대 실험실은 구석구석 녹이 슬어 퀴퀴한 냄새가 난다. 실험기구는 고장 나고 깨진 게 수두룩하다. 이 대학 음대 연습실은 방음이 안 되고 피아노는 조율이 안 될 정도로 낡았다. 공대와 음대는 다른 과 대비 등록금이 비싼 편이지만, 초중고교생이 다니는 사설 학원보다 여건이 열악하다. 대학 관계자는 “건물에 금 가고 물 새는 곳도 많아 시급한 것부터 고치기도 벅차다”며 “17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대학 재정이 어렵다 보니 노후화된 시설 등을 한 번에 다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전국 사립대 총장 152명을 대상(응답자 90명)으로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장 10명 중 9명(97.8%)은 17년째 이어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으로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첨단 교육시설 개선, 우수 교직원 채용, 학생 복지 개선이 어렵다는 답변도 각각 97.7%, 96.6%, 94.5%에 달했다.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으면서 대학 교육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망가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응답자의 53.3%는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등록금 인상안을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힌 비율은 42.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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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출처 :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108/1308128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