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시기로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의 대학은 위기다. 상아탑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변화한 사회에 맞는 인재 배출에도 충실한 새로운 대학의 좌표를 전문가 칼럼 형식으로 제시한다.
이재명 정부가 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교육문제 전반을 일거에 해결할 특효약처럼 부각되고 있다.
이 정책의 골자는 전국 9개 거점국립대를 '서울대급'으로 키우면 수도권 과밀현상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고, 수도권 명문대 쏠림 현상으로 악화하는 입시지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동명의 책이 나오면서 등장했는데, 기존의 '서울대 폐지론'이나 '거점국립대 공동학위제' 방안 등이 지닌 한계를 보완한 독특한 제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올 대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이제 이 정책은 교육계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교육계에서 기존에 제기됐던 다양한 교육개혁 정책 가운데 가장 신박한 아이디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이 정책의 성공여부는 정책수행에 필요한 예산확보와 정책수행 과정에서의 시행착오 방지를 위한 면밀한 대책수립, 이 정책의 소비자라고 할 청소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생활인프라 확충 등이 제대로 뒷받침 될 것이냐에 달려있다.
먼저 오늘은 예산 분야를 들여다보자. 무릇 모든 정책이 성공하려면 재정지원이 필수적인데, 현 상황을 보면 지방교육에 대한 재정확보와 지원책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1년차인 내년에 8,733억원을 투입하는 등 5년에 걸쳐 15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희박하다. 현재 1인당 교육비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으로 지역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의 38.9%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 예산지원을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려가겠다는 문제는 재원확보이다.
올 고등교육예산은 15조 6,000억원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재정지원실태와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OECD 주요국 비교에서 우리나라의 인구 1만 명당 학생수 및 고등교육 이수율은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고등교육에 대한 학생 1인당 공교육 투자 규모는 가장 낮다. 때문에 '서울대 10개 프로젝트'가 자칫하면 부족한 재정 탓에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격상시키기 보다는 그저 현상을 유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부는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각 시도교육감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초중등 교육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의 일부를 덜어내 고등교육 등에 지원하는 내용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2023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등교육특별회계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약 11조 2,000억 원 규모로 시작되었는데, 매년 예산이 증가하여 올해에는 16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특별법은 올해 말로 일몰되는 한시법이어서 이를 보완하기위한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이를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특별법을 10년 이상 연장하거나 아예 지방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이 법으로 확보된 재원 중 상당액을 고등교육에 전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울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 고등교육단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대학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현재 고등교육법 제7조1항에 선언적으로만 규정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을 내실화하는 궁극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올 서울대 예산은 1조2,000억 원 정도인데, 이는 2조6,000억 원인 동경대나 55억 달러인 하버드대에 비하면 태부족이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여 이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담대하고도 안정적인 재정지원은 비단 서울대 10개만들기의 성공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각계가 함께 고민해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