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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묻고 싶다, ‘니들이 대학을 알아?’

관리자 2026-09-29


송호근 본사 칼럼니스트, 한림대 도헌학술원 원장·석좌교수


달은 끝내 비구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달빛이 그리웠다. 여름을 견디고 결실을 앞둔 우리의 지친 몸에 내려앉는 추석 달빛은 위로다. 세파를 헤치는 초민(草民)들을 가엾게 여기는 조상의 은은한 손길이다. 백성을 국가의 근본으로 삼았던 민유방본(民惟邦本)의 나라에서 달빛은 조상을 넘어 군주의 애민(愛民)에 닿는다. 세종은 백성을 ‘어여삐’ 여긴다고 했다. 동학 창의대장 전봉준도 한양 진격을 앞두고 군주의 덕화를 빌었다. 그런 달빛을 맞고 싶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그 불멸의 진리가 왜 가슴에 와 닿지 않았을까. 진정 국민을 ‘어여삐’ 여겼다면 세입자와 청년세대의 눈물을 쏙 빼진 않았을 것이다. 역대 정권 중 주택가격 상승률은 최고를 찍었다. 김승원 후보자를 왜 골랐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이 김승원을 포대기에 싸안고 눈물 흘린 청문회 장면이 방영된 뒤였다. 결국 자진 사퇴로 마감했지만 공소 취소를 결행할 친위대를 골랐다고 했다면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의구심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배려, 소통에 더 정진하겠다는 자탄은 갈라치기와 무책임 정치를 가리려는 언술이었을까.


갈라치기 정치는 교육에도 옮아붙었다. 국립대와 사립대, 내년부터 국립대 입학생 등록금 ‘0’원이란다. 비수도권 30개 국공립대를 한정해 2030년까지 약 4000억원을 배정했다. 포대기에 안긴 국립대는 ‘국민’, 내쳐진 사립대는 ‘비국민’이 됐다. 이런 어이없는 정책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발표하면 끝이다. 최교진 장관은 빛나는 명분과 철학을 갖고 있을까. 한국 교육의 기둥과 뿌리를 말려 죽이는 제초제가 살포됐다. 세계 유일의 ‘지식 국가’ 조선과 글로벌 ‘교육 한국’을 구축한 주춧돌은 사학(私學)이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재차 확인한 민생, 개혁, 통합에 사학 죽이기가 들어 있었나.


조선의 인민, 한국의 국민에게 지식, 교양, 전문기술을 전수한 주류 기관은 사학이었다. 조선시대 관학은 성균관, 서울 4학, 지방 관청소재지 향교가 전부였는데, 평민과 양반 유지들이 사재를 들여 운영한 서당과 서원은 수천 개를 헤아렸다. 서원은 서당을 나온 청년들에게 성리학을 전수했다. 과거(科擧)를 준비하는 학당, 말하자면 사비를 들여 나라를 운영할 인재를 양성했다. 19세기 중반, 서원은 약 1700여 개, 서당은 10만 개를 헤아릴 정도였다. 사학의 나라였다. 1880년대 개화에 나선 고종이 영어, 군사, 농잠학교 등 관학을 열기는 했어도 교육계몽을 향한 지사들의 열기와 집념을 능가하지 못했다. 


후략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5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