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국립’ ‘사립’이라는 대학의 설립유형보다 지역 내에서 대학의 교육·연구 기능과 지역산업 발전 기여도를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민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인제대 총장)은 지난 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최근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기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대학을 지원하는 건, 학생 즉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인 것으로 대학 설립유형에 따라 재정지원이 차등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의 실제 역할과 기능, 특성 등을 기준으로 정부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 3개교를 발표했다. 여기에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 ‘지역균형발전장학금’을 운영해 지방국립대 신입생 대상으로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 밝혔다. 모두 국가 균형발전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고등교육 정책이 국립대 지원에 집중된 탓에 ‘사립대 소외론’이 불거졌다. 이에 사총협도 지역균형발전장학금 신설을 강하게 비판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전민현 회장은 지역균형발전장학금이 그동안 지역 사립대가 만들어온 각 대학의 특성화를 없앨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장학금이 운영되는 거점국립대가 주요 대도시에 있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전 회장은 “인구소멸지역에 있는 대학부터 설립유형에 상관없이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 인구소멸지역 대학이 살아야 주변 상권이 형성되고 지역 인재도 배출 할 수 있다”라며 “향후 재원이 모일 때마다 지원 지역을 넓혀가는 형태로 만들어야 본래 정책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사립대 지원도 확대되고 있지만, 국립대와의 지원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립대에 대한 투자는 그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기존의 민간 교육자산을 활용해 국가 인재양성의 투자효율을 더 높이는 방향”이라고 짚었다.

- 지난 3월 사총협 회장 취임 후 그동안 중점적으로 다뤄 온 사립대 현안은 무엇인가.
“‘자율과 책임, 공정과 혁신’을 원칙으로 사립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그동안 사립대가 국가 인재양성과 지역혁신의 주체로 제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도록 공정한 정책환경과 지속가능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사립대를 둘러싼 현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사립대의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대학 운영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일이다. 그간 일부 사례로 인해 폄훼되었던 사립대의 국가·사회 기여도를 정확한 근거와 성과로 설명하고, 공정하게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사립대 스스로 대학 운영의 투명성·건전성을 제고하고, 혁신과 자정 노력을 위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TF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 정책의 전환이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사총협이 주최한 유학생 관련 정책세미나에서 유학생을 단순한 충원 대상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미래인재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사립대학의 안정적인 재정 기반과 AI 전환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동안 사립대는 장기간 등록금 규제 속에서 교육·연구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고등교육 재정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미래대응기금 논의 역시 국·사립대가 함께 미래교육과 AI 전환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교육계 화두 중 하나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55년 만에 내국세 연동 제도가 폐지됐는데, 이번 교부금 개편으로 확보되는 재원과 미래대응기금을 고등교육에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번 개편은 국내 교육재정 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기라고 본다. 그동안 국내 교육재정은 초·중등교육과 비교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투자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은 일회성 사업의 재원이 아니라 고등·평생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국가투자 기반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인재 양성, 대학의 AI 전환, 우수 연구인력 확보, 성인·평생교육, 글로벌 인재 유치 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새롭게 마련되는 재원이 기존의 국립대 중심 지원구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약 80%를 사립대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학생 수, 교육·연구 기능, 지역산업 기여도, 혁신성과 등을 기준으로 국·사립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재정 배분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 대학가에서는 특히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 등 국립대 집중 지원이 주요 쟁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등교육 정책 방향이 향후 고등교육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는가.
“국립대 육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거점국립대는 지역의 중요한 공공자산이고 국가가 책임 있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고등교육의 약 80%를 사립대가 담당하는 구조에서 국립대 중심의 지원만으로 전체 고등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장학금뿐 아니라 교육·연구 인프라와 첨단분야 투자까지 국립대에 집중되면 지역 내 대학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지역 국립대에 무상 등록금 제공을 발표한 이후, 2027학년도 수시에서 거점국립대 지원자는 전년 대비 5.2%, 기타 지방 국립대는 12.6% 증가했다. 반면 지방 사립대는 0.5% 증가에 그쳤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현재 국립대에 투입되는 전체 재정을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에 신규 사업이 계속 추가되고 있는 만큼, 대학별 총지원액과 유사·중복 여부, 재정투입 대비 교육·연구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사립대 문제는 단순히 대학 몇 곳의 존폐 문제가 아니다. 사총협 통계에 따르면 소멸위험지역에 소재한 대학 61개 가운데 45개가 사립대다. 지역 사립대의 존립이 어려워지면 청년인구와 고용, 지역산업의 기반까지 함께 약화될 수도 있고 소멸위험에 처할 수 있다.”
-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을 두고 반대 성명서도 공개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 정책에 대해 개선방안을 제안한다면.
“지역균형발전장학금은 학생의 교육기회를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대학 설립유형보다 학생과 지역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희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이 정책이 수도권 학생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되는지, 아니면 지역 안에서 학생을 사립대에서 국립대로 이동시키는 결과가 되는지 하는 것이다. 국립대 지원으로 지역 사립대의 기반이 약화된다면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오히려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립대에 지원되는 지역인재장학금의 대상과 지원 기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실제 입시 영향을 분석해 지역 사립대 학생에 대한 보완책을 탄력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의 성과는 수도권으로 떠나려는 청년이 지역에 남고, 지역의 어느 대학을 선택하더라도 좋은 교육을 받은 뒤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착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균형발전장학금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정책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유학생 등록금 책정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단순히 ‘외국인에게 등록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외국인을 덜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국적이나 대학의 설립유형에 따라 불합리한 격차가 발생하지 않는 투명하고 공정한 지원원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공립대 등록금에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재정이 이미 상당 부분 투입되어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국공립대가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내국인과 거의 동일한 낮은 등록금을 적용할 경우, 국가재정으로 낮은 교육비의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2025년 4년제 대학 외국인 학생 15만 2838명 가운데 89.7%인 13만 7080명이 사립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유학생 수 상위 20개 대학도 모두 사립대다. 사실상 대한민국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와 교육에서 사립대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국공립대는 국가재정을 통해 낮은 등록금과 양질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고, 사립대는 대부분 자체 재원으로 유학생을 유치하고 교육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공립대에 재학하는 유학생은 국가재정이 투자된 교육환경의 혜택을 받는데, 사립대에 재학하는 내국인 학생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공적 투자를 받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국공립과 사립대의 외국인 학생에 대해 등록금, 정부장학금, 대학 자체 장학금, 교육·연구시설, 기숙사와 정주지원 등을 포함한 ‘학생 1인당 실질적 공적지원 수준’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우수한 글로벌 인재에게는 국·사립을 가리지 않고 충분한 국가장학금을 제공하되, 대학의 기본 등록금은 실제 교육비와 대학이 받는 국가재정 수준을 투명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대학의 AI교육 혁신과 AX를 강조하고 있다. 대학의 AI 전환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모든 대학과 학생이 최첨단 AI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최첨단 AI 모델의 구독료, 클라우드와 GPU 사용료,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AI 실습환경 구축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대학의 재정여건에 따라 어떤 학생은 최신 AI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어떤 학생은 무료 서비스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대학 간 재정 격차가 학생 간 AI 교육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2027년부터 대학생 AI 공동구독에 200억 원을 편성하고, 정부와 대학이 비용을 분담해 약 80만 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하지만 AI의 발전 속도와 전국 대학의 수요를 고려하면 훨씬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사총협에서는 AI 기본교육과 공동구독 등 대학 AI 교육 관련 예산을 2000억 원 수준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교육과정 개편, 교수자 재교육, 첨단 기자재와 컴퓨팅 인프라, 대학 간 공동 활용체계까지 함께 구축하는 데 있다. AI를 잘하는 소수 전문가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모든 대학생의 AI 활용역량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 학령인구 감소와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대학의 지속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단순히 ‘어떤 대학을 몇 개 줄일 것인가’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대학 역시 지금까지와 똑같은 규모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구조혁신’이다. 대학별 강점 분야에 집중하는 특성화, 산업수요에 맞춘 학과와 교육과정 개편, 대학 간 공동교육과 시설 공유, 필요한 경우 통합, AI·첨단산업 인재양성, 성인과 재직자 대상의 평생·직업교육,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취업·정착 연계 등 대학 역할 자체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 대학정책을 산업정책, 고용정책, 지역정책과 연결해야 한다. 입학에서 교육, 취업,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대학에 혁신을 요구하면서 등록금, 학사, 정원 등 모든 것을 과거의 규제로 묶어 놓아서는 혁신하기 어렵다. 책임 있는 대학에는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혁신을 시도하는 과정에 필요한 전환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재정지원뿐 아니라 대학 기부문화 활성화, 산학협력, 평생교육 등 다양한 자체 재원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한국 사립대학을 대표하는 사총협 회장으로서 정부와 교육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국내 고등교육 정책을 국립대와 사립대라는 이분법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의 약 80%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는 매우 특수한 구조다. 사립대는 국가재정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에 국민의 고등교육 수요를 감당했고, 수많은 산업인재를 배출했다. 현재도 지역산업과 의료, 연구, 문화, 평생교육의 중요한 기반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사립대에 대한 투자를 단순히 특정 학교나 사학법인을 지원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사립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일이 아니다. 국립대는 국립대의 역할을 하고, 사립대는 다양성과 자율성, 특성화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사립대를 단순히 정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를 함께 양성하는 정책 파트너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은 어느 대학을 선택하든 우리 학생들이 세계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 전민현 회장은…
한양대 금속공학과 학사를 졸업한 뒤, 미국 켄터키 대학교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인제대 나노융합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연구혁신처장, 산학협력단장 등을 거쳐 인제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3월 국내 4년제 사립대 총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주지영 기자 / 사진=김의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