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는 대학⑬ 국립대에 편중된 정부 재정지원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세 번째 주제인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의 네 번째 소주제는 ‘국립대학에 편중된 정부의 재정지원’이다. 사립대학은 해방 이후부터 공교육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금도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 공과금을 비롯한 물가인상으로 사립대학의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국립대학에 편중되어 있다. 더욱이 사립대학은 국립대학에 버금갈 만큼 등록금 책정·정원 조정 등 각종 규제와 통제를 받으며 대학 존립과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지역 사립대학은 지역소멸의 위기 속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립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차별적인 재정지원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교육부 고등교육예산의 허구
2024년 교육부 예산안이 며칠 전에 발표됐다. 교육부의 예산안은 95조 6,254억 원이다. 전년도에 비해 6.3조원 감액됐으나, 고등교육예산은 전년도 대비 14조 2,947억 원으로 7,812억원(5.8%) 증액됐다. 고등교육예산은 교육부 전체 예산의 15%를 차지한다. 고등교육예산은 2021년 11조 3천억 원, 2022년 11조 9천억 원, 2023년 13조 5천억 원, 그리고 2024년 예산안은 14조 3천억 원으로 계속 증액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약 5조 원과 국립대학 운영지원비 약 4조 원을 제외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매우 적은 편이다.
특히 정부의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은 운영비 지원 외에도 국립대학 실험실습기자재 확충 지원, 국립대학 시설 확충 지원, 국립대학 육성사업 등을 포함하면 1조 원 가까운 재정지원이 추가로 이뤄진다. 또한 국립대학이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사업비의 50% 정도를 가져가는 것을 포함하면 정부의 재정지원은 국립대학에 극도로 편중돼 있는 셈이다.
국공립대 238억·사립대 84억 직접 지원
최신 결산자료인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21회계년도 결산서’를 분석하면, 이같은 실태를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의 학자금 지원과 국·공립대 경상운영비를 제외한 일반지원사업 지원은 총 2조 7,224억 원이며, 이 중 대학에 직접 지원되는 금액은 총 58개 사업으로 2조 2,410억 원이다.
대학에 직접 지원되는 일반지원사업비 2조 2,410억 원 중 41.5%는 국·공립대학에, 나머지 58.5%는 사립대학에 지원됐다. 총 지원 규모를 보면, 국·공립대학에 비해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국·공립대학이 39개교, 사립대학이 157개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이 차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1>에서와 같이 정부가 재정지원한 총 사업비를 학교수로 나눠 교당 평균액을 산출하면, 국·공립대학은 1개교당 238억 원, 사립대학은 1개교당 84억 원이 지원됐다. 국·공립대학이 사립대학에 비해 1개교당 2.8배 더 지원받았다.
2021회계연도 설립별 선정 사업 수를 비교해 보면,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58개 사업 중 가장 많이 선정된 대학은 서울대로 23개 사업에 선정됐다. 다음은 22개 사업에 선정된 고려대와 성균관대, 20개 사업에 선정된 전북대와 연세대다.
이를 설립별로 살펴보면, 15개 이상 사업이 선정된 17개 대학 중 국립대학은 39개교 중 28.2%인 11개교가 선정된 반면, 사립대학은 157개교 중 7.0%인 11개교가 선정돼 선정 비율에서도 국립대학이 사립대학에 비해 4배 더 높았다.
반면에 4개 이하 사업이 선정된 비율을 비교해 보면, 국립대학은 25.7%인 10개교가 선정됐으나, 사립대학은 47.8%인 70개교가 4개 이하의 사업에 선정돼 선정 비율에서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2021회계년도 설립별 재정지원 규모를 비교해 보면, <표 3>에서와 같이 2021회계연도 지원금액 총 2조 2,410억 원 중 가장 많이 지원을 받은 대학은 전남대로 약 934억 원이었다. 다음은 서울대 약 908.5억 원, 경상국립대 884.6억 원, 충남대 884.4억 원, 충북대 714.9억 원이다.
사립대학 중에서는 고려대가 가장 많은 615.9억 원, 연세대 603.9억 원, 성균관대 573.6억 원 순으로, 최상위 5개 대학은 국립대학이 차지하고 있다. 국립대학은 39개교 중 61.7%인 24개교가 100억 원 이상 지원받았고, 39개교 모두가 10억원 이상 재정지원을 받았다.
반면에 사립대학은 157개교 중 37.4%인 50개교만 100억 원 이상 지원받았다. 10억 원 이하로 지원받은 대학이 모두 27.4%인 47개교나 됐다. 이중 1억 원 미만을 지원받은 대학도 24개, 재정지원이 전혀 없는 대학도 5개교나 있었다.
고등교육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1.97%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의 교육예산과 고등교육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정부 전체 예산 대비 고등교육예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022년 1.97%로 떨어졌다. 그나마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를 만들어 한시적으로 고등교육예산을 증액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일반재정지원 규모는 2조원이 조금 넘고, 그 중 사립대학에 지원되는 규모는 1.3조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MIT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1조 원 규모의 AI 단과대학을 만들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년 발간되는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고등교육 부문 공교육비 중 정부의 재원 비율은 GDP 대비 0.6%로 OECD 국가 평균인 1%에 못 미치고, 고등교육 부문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도 OECD 국가 평균의 66%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국가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2조 원 이상의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해 제도화하고, 사립대학을 국립대학 수준으로 지원해야만 지역대학이 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대학이 탄생할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의 전제조건은 규제 개선과 동시에 대학에 자율화를 부여해 특성화할 수 있도록 선지원 후평가를 도입해야하는 골든타임이다.
출처 : 고등교육 직접 지원 2조…국공립에 2.8배 더 지원 - 교수신문 (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