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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지역 살리기, 국공립대 학과 구조조정이 먼저다”(황인성 사무처장)

관리자 2023-08-30

데이터로 읽는 대학⑫ 국립대 구조조정과 사립대와의 역할 분담
‘데이터로 읽는 대학’의 세 번째 주제인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의 세 번째 소주제는 ‘국립대학의 구조조정과 사립대학과의 역할 분담’이다.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대부분은 지역 중소도시에 소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절대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주로 지역 대도시에 있는 국립대학과의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지역균형발전 및 학문분야의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8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71년 만에 학과나 학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대학의 기본 조직에 대한 규제를 폐지했다. 이제 대학은 자율적으로 학과를 신설하거나 통합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운영 자율성이 확대됐다.  

우리나라 4년제 일반대학의 학과수 현황을 보면, 2022년 12월 현재 191개 대학에 총 9,496개의 학과(전공)가 개설돼 있다. 설립별로 보면, 152개 사립대학에는 6,990개 학과가 개설돼  대학당 46개 학과가 있다.

국공립대학에는 2,506개 학과가 개설돼 있으며, 대학별로 64.2개 학과가 있다. 교원양성기관인 교육대학 10개교를 제외한 29개 종합대학만을 보면, 75.8개의 학과가 개설돼 있어 대학당 학과수가 너무 많아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계열별로는 인문사회계열에 3,844개 학과(40.5%)가 개설돼 가장 많았다. 다음은 공학계열로 2,514개 학과(26.5%), 자연과학계열 1,755개 학과(18.5%), 예체능계열 1,313개 학과(13.8%), 의학계열은 70개 학과(0.7%)로 나타났다. 설립별로 비교해 보면, 사립대학은 인문사회계열과 예체능계열이, 국공립대학은 공학계열과 자연과학계열이 상대적으로 학과 개설 비율이 더 높다. 

계열별 대학당 학과수의 추세를 보면, 인문사회계열은 2020년 3,934개 학과, 2021년 3,848개 학과, 2022년 3,844개 학과로 2년 사이에 90개 학과가 줄었다. 자연과학계열도 근소하지만 2020년 대비 10개 학과가 감소했다. 반면에 공학계열은 2020년 2,427개 학과에서 2021년 2,472개 학과, 2022년 2,514개 학과로 87개 학과가 늘었고, 예체능계열은 2020년 대비 24개 학과가 증가했다.

이는 취업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립대학은 학생유치 차원에서 학과를 구조조정할 수 있다고 해도 국공립대학에서 같은 기간에 인문사회계열이 20개 학과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본교, 캠퍼스, 분교의 모든 학과를 포함해 계산함. 출처=대학알리미(2022. 11. 추출)
국립대 통폐합 후, 백화점식 학과운영 개혁 필요

국립대학은 지역의 학령인구감소 등을 고려해 학과통폐합으로 정원을 줄여 지역 사립대학의 숨통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정부도 학령인구감소에 대비해 사립대학의 구조조정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통폐합 후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개혁하고, 국립대학의 학과 구조조정을 통한 정원감축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도시에 소재한 국립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중소도시에 많이 소재한 사립대학의 입학자원을 선점하는 것은 지역을 살리는 진정한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위기를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국립대학이 사립대학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전공으로 모집 경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이보다는 인문학과 기초학문에 집중하고, 중소도시의 지역 사립대학과 협업하고 지원하는 국립대학의 모습이 지역에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모두 사는 길일 것이다. 

국립대, 2000년 이후 12개大 통합해 몸집 키워


39개 국공립대학 중 교육대학을 제외한 29개 종합대학의 대학별 학과 개설 현황을 보자. 강원대가 161개 학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경북대(145개), 경상국립대(141개), 전북대(140개), 전남대·공주대(130개) 등 거점국립대학 대부분이 100개 이상의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거점국립대학의 학과 수가 많은 이유는 2000년 이후에 이뤄진 대학간 통합 때문이다. 대학이 통합을 했지만, 물리적인 통합만 했지 학과 구조조정을 통한 화학적 통합은 이뤄내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몸집만 늘리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015년부터 정부는 학령인구감소에 대비한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해 대학의 모집정원을 선제적으로 감축했으나, 국립대학에 대한 획기적인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공립대학 중 교육대학은 교원양성기관으로 제외함. 출처=대학알리미(2022. 11. 추출)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국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정원조정은 인력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시장 수요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전적으로 지원되는 현실에서 국립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재정립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립대, 국내 사립대와의 경쟁 의미없다 

서울대에 입학하는 학생의 면면을 보면, 강남 3구 출신을 비롯한 과학고·외고 등 특목고 출신이 대부분이다. 강득구 국회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신입생 중 수도권 출신은 최근 4개년(2019~2022년) 평균 63.4%로 나타났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시전형의 경우 수도권 출신 비율이 2022학년도에는 78.4%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서울대 정시전형 합격자 5명 중 1명 이상은 ‘강남 3구’ 출신이라는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

서울대에 입학하는 학생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회적 지위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출신이 다수다. 일부 국회의원이 거점국립대학을 서울대처럼 지원해서 지역을 육성하자고 한다.

이는 거점국립대학의 논리로 수도권 집중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또 다른 대도시 집중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이 논리는 지역 사립대학의 논리도 아니고,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지역의 중소도시를 살리는 방안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국립대학의 역할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고, 지역 사립대학의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예술종합대학과 한국체육대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예체능계열 학과가 필요한가? 이것은 세금의 낭비고, 분야별로 서울대가 모든 학문분야의 최고가 아니며,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아시아의 주요 대학보다도 글로벌 순위가 낮다는 것은 각종 국제 평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고라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이자 자만심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많은 사립대학에 예체능계열이 있는데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국립대학은 저소득층의 유능한 학생을 선발해 지원하고, 국가적으로 필요하지만 홀대받고 있는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고비용의 학문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국내 사립대학과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글로벌 수준의 인재 유치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 교수신문(“지역 살리기, 국공립대 학과 구조조정이 먼저다” - 교수신문 (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