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협의회 동정

협의회 소식협의회 동정

[대학신문] [제20대 대선 특별기획] 대선후보 고등교육 공약 어디갔나…실질적 정책 부재 아쉬워

관리자 2022-03-07

우선 순위에 밀린 대학 교육 이슈…사실상 ‘실종’
"대학 경쟁력 하락 가속화 국면, 후보들 인식 미흡" 비판도
‘정시확대’ 공약에 현실성, 교육철학 지적…입시 정책 ‘낙제점’
‘사법시험 부활 vs 로스쿨 보완’ 공약에 대학가 의견 엇갈려

(사진 = 아이클릭아트)
(사진 =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들은 국정 각 분야를 망라한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TV토론회를 통해 정책 알리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고등교육 이슈는 논의 테이블에서 밀려난 모양새였다.

이에 앞서 후보들이 제시한 고등교육 공약 역시 입시 정책과 로스쿨 제도 등에 집중된 가운데 대학에 대한 세심한 정책 공약이나 현실성, 교육 철학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재정지원 정책, 교원 정책 등에 대한 실질적 정책 마련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5번의 TV 토론에서 고등교육 공약 사실상 실종 = 지난 2일까지 4인의 주요 대선후보들은 5번의 TV토론을 통해 유권자 앞에 섰다. 하지만 고등교육 정책 이슈는 주된 논의 대상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등 4인의 주요 후보들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2일까지 3회차로 나눠 진행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대상 후보자 토론회를 비롯해 지난 2월 3일 방송3사 합동 초청 토론, 2월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초청 토론 등 총 5회의 TV 토론회를 가졌다. 이중 경제분야 토론과 정치분야 토론에 집중됐던 2번을 제외하고 나머지 3번의 토론회에서는 청년 공약, 일자리 공약 등 교육분야와 관련이 있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으나, 고등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은 사실상 3월 2일 사회분야 정책 토론과 2월 11일 토론이 전부였다.

사회분야 정책 토론으로 진행된 3월 2일 토론에서 후보들은 청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고등교육 정책을 다룬 점이 눈에 띄었다.

윤석열 후보는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해 “청년들에 대한 직업훈련 투자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을 개혁하고, 지방 청년을 위한 지방대학과 기업이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또 대학을 창업기지화하거나 기업대학을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청년 내일배움카드를 늘리겠다. 청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사실상 고등교육이나 대학과 직접적 연관성은 적었다. 

또한 이날 토론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 대학을 언급한 것은 윤 후보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 상황을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에 더해진 14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장기적인 재정난에 직면하고 있고,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과는 괴리된 모습이었다.

2월 11일 토론회에서도 고등교육 분야 토론은 채 2분을 넘기지 않았고, 주제 역시 로스쿨 제도 유지와 사법고시 부활에 대한 내용 한 가지만 다뤄지는 데 그쳤다.

토론 시작 14분경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변호사로서의 자격은 실력이 있는지를 보면 되고, 그것을 검증하는 것이 사법시험이었다”며 사법고시 부활에 대해 질의한 뒤 “어떤 자격을 인정하는 데 그 자격을 받기 위한 자격을 또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별도 시험이 부활하게 되면 전문 직업 자격증을 딴다 하더라도 일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로스쿨에 야간 과정이나, 생업에 종사하다 갈 수 있는 특별전형, 장학금 제도 등을 만들어 문을 넓히는 것이 사법시험 부활보다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 대선후보 고등교육 공약 관심 없어 아쉬워 = TV 토론회 뿐 아니라 이번 대선 경선 과정 전반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관심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학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 때는 모든 후보가 반값등록금 이슈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선 후보자들의) 인식이 너무 낮다”면서 “해외 유수 대학들이나 선진국이 고등교육과 미래사회에 준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미흡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호영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창원대 총장)은 “대선후보들이 고등교육 경쟁력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후보들은 고등교육 재정과 관련된 정책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가 최근 대선 후보들에게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이 후보는 고등교육 예산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는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다양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두 후보 모두 ‘정시 확대’…대학가는 ‘글쎄’  = 입시 정책에서만큼은 양 후보 모두 조국 사태를 의식한 듯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를 제1원칙으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정시 확대’라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입시 정책 모두 대학가에서는 ‘낙제점’을 주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입 공정성 위원회를 설치해 대학 수시전형을 모니터링하고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수시 비율이 높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복잡한 대학입시 제도를 단순화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정시 비율을 확대 조정해 불공정 시비와 특혜입학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한 사립대 A 입학처장은 양 후보의 공약에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A 처장은 “지방대가 4차까지 추가모집하는 재난과도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다. 정책적 중요도보다 최근 이슈와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한 정치적 목적이 강하게 느껴져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가에서는 이미 ‘입시’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는데 ‘입시’가 없는 마당에 ‘입시’의 공정성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며 “올림픽 대회 자체가 없어질 판에 대회 심사 기준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큰 현안은 아닐 것이다.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지방대 지원을 위한 별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대학들이 생존하면서 지역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한 고민이 공약에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시 정책에서 뚜렷한 교육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입시 전문가는 두 후보 모두 교육 철학 없이 표를 구하려는 행위에만 급급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두 후보 모두 여론을 인식해 표를 구하기에만 급급하고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내신은 절대평가제로 가겠다고 하는데 대입은 정시 확대를 내세운다는 게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방향 자체가 맞지 않다 보니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 공약에 대해서는 “복잡한 대학입시 제도를 단순화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했는데 구체적 대안은 보이지 않고 정시 확대라는 방향 자체도 현실적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로스쿨 제도 보완” vs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 대학가 의견 들어보니 = 이재명, 윤석열 두 양강 후보가 사법시험 부활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도 양쪽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한 관계자는 양 후보의 공약에 대해 로스쿨 전체 입장이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해 달라면서도 “법조인을 만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와 같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교육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이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노무현 정부 때 로스쿨이 전격 도입됐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논의, 지방 로스쿨 설치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정착된 제도로 이미 법조인 양성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며 로스쿨제의 존속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약계층 특별전형 7% 이상 확대, 2023년부터 의무화되는 지역인재 15% 선발 등 공정성 확대를 위해 로스쿨 제도적 보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시를 부활하겠다는 공약은 퇴행적이고 과거지향적인 논의가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반면 ‘사법시험 부활’ 언급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두는 시각도 있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계층 사다리 역할을 다양하게 구축하자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임 교수는 “로스쿨 학비가 너무 비싸 경제적 취약계층의 진입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가 얘기하는 사법시험 일부 부활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윤 후보가 주장하는 야간 로스쿨 도입은 법조인 양성의 경직성과 폐쇄성 완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이용하는 것처럼 법률서비스도 그렇게 이용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양강 후보자의 공약을 봐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계층이동 사다리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도록 사법시험 보완이든,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이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 모인 총장들. 이들은 20대 대선 후보자에게 바라는 건의안을  전달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 1월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 모인 총장들. 이들은 20대 대선 후보자에게 바라는 건의안을 전달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정부의 재정 지원, 교수 신분 보장 등 실질적 정책 마련 요구 = 후보들이 집중하고 있는 이슈와 달리, 대학가에서는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선후보들에게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초·중·고 학생 교육비 수준으로 상향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교육교부금법으로 개편 또는 고등교육특별회계 신설 △교육세, 고등교육세로 재편 등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각 당 대선후보에게 5대 아젠다와 그에 따른 13대 정책을 제안했다. 5대 아젠다는 △대학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등교육재정 확충 △디지털 전환시대의 자율적 대학혁신을 위한 과감한 규제 철폐 △지속가능한 미래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입시제도 개선 △지역사립대 육성을 통한 국가 균형성장 △국가발전에 기여해 온 사립대 육성 등이다.

이에 대해 이호성 회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물론 사립대 총장, 국립대 총장 협의체에서 대선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을 전달했다. 공통적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정 확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은 사립대학법 제정과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영형 사립대 연구만 하다가 끝이 났는데 이를 어떻게 제대로 실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재단에서도 그동안 반대해왔던 사립대학법 제정을 원하고 있다. 여건이 마련됐으니 대학도 공교육의 분야로 들어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수다. 대학의 공공성을 높여야 지방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수 신분 보장도 촉구했다. 양 이사장은 지금은 교수 채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 교수들은 3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매년 연봉협상에 나서고 있는 게 실정이다”라면서 “대학이 변하기 위해서는 교수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허지은‧김준환‧이지희‧장혜승 기자


기사전문 :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24836